책소개
로버트 오언이 이 책을 집필할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소외된 가난한 사람들이 비참한 삶을 살아가던 사회였다. 찰스 디킨스 또한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1838)에서 이러한 현실을 다룬 바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며 오언은 무엇이 절망적인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지,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으며, 이 책은 그러한 물음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오언은 외부의 강제보다 사회 구성원들의 자발적 행동에 사회 변화의 가능성을 두었다. 무지와 오류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서로 협력하고 개인과 사회 모두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사회 원리들을 만들면서 사회가 변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인간의 성격은 본성이나 유전자가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 환경에 따라 달리 형성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그는 환경과 교육을 특히 강조했으며, 합리적으로 교육을 받고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얻고 가족을 꾸리고 간간이 오락을 즐길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이러한 생각을 영국의 뉴래너크와 미국의 뉴하모니의 공동체에서 직접 실험하고 증명했다. 일례로 그는 영국의 뉴래너크에 세계 최초의 유치원을 세웠다. 그가 생각하는 사회 발전의 또 하나의 동력은 바로 협동조합으로, 협동조합은 개인과 사회의 이익을 조화시키는 좋은 제도였다. 나아가 그는 여러 산업을 공동으로 통제하고 협동해서 운영하면 더욱 좋은 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었다.
아쉽게도 오언의 실험은 성공하지 못했고, 오언은 공동체를 관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사회운동가로 여생을 보냈다. 실패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세계의 협동조합 운동사를 쓴 존스턴 버챌은 정부와 기업가들의 억압 때문에 노동조합이 폐쇄되어 협동조합이 활성화되지 못했고, 조합원들이 빈곤에 빠질 정도로 경기가 악화되었으며, 이윤 배분과 관련된 원칙이 정해지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러나 그의 공동체 계획은 실패했을지라도 그의 주장은 공리주의자 제러미 벤담, 당시의 정부 관료와 기업가들도 지지를 보냈으며, 여전히 많은 사람이 오언의 이상을 따라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 하고 있다. 또한 오언이 강조했던 새로운 교육의 필요성과 협동조합 운동의 중요성은 우리 사회에도 의미 있는 주제들이다.
200자평
세계 최초의 협동조합과 유치원을 설립한 로버트 오언의 사회 발전에 대한 새로운 견해를 엿볼 수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가져온 양극화가 심각한 오늘날 사회에서 고통 받고 있는 우리에게, 현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지은이
일곱 형제 중 여섯째로 태어난 오언은 열 살 때부터 런던의 방직공장에서 도제로 일했다. 도제로 일하기 전에 학교를 다닌 것을 제외하면 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는,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쌓은 뒤에 맨체스터대학교의 학자들과 교류하며 학문에 관심을 쏟았다. 결혼 후 장인에게서 뉴래너크의 방직공장을 인수해서 지배인이 되었고, 이곳이 바로 ≪사회에 관한 새로운 의견≫에서 얘기한 실험의 주요한 무대가 되었다. 이 책을 집필하기 한 해 전 <뉴래너크 시설에 관한 주장>이라는 소책자를 발간해 산업사회에서 자신의 실험이 가진 진보적인 의미를 강조했다. 어린아이의 성격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핵심 시설인 ‘새로운 시설(new institution)’을 만들어서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이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도록 했다. 세계 최초의 유치원으로 알려진 이 시설은 무료로 운영되었고 그 비용은 공장의 협동조합을 통해 마련되었다.
1817년에 <빈곤을 줄이기 위한 사회주의적 계획(Plans for alleviating poverty through Socialism)>을 발표해 자신의 구상을 사회주의와 연관시켰다. 그는 인간의 단결과 상호 협동을 기초로 한 공동체들이 늘어날 때 세상도 자연스럽게 변화되리라 믿었다. 자신의 구상을 뉴래너크만이 아니라 영국 전체로 확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의치 않자 미국의 인디애나 주 뉴하모니에 공동체를 세웠다. 하지만 이 공동체들은 2년을 넘기지 못했고, 오언은 다시 실패를 경험한 후 다시 영국으로 돌아왔다. 영국으로 돌아와 벌였던 운동 중에서 흥미로운 것은 1832년부터 시작한 공정한 노동교환제도다. 그는 전국공정노동교환소(National Equitable Labor Exchange)를 설립하고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 제도는 각자가 일한 기록만으로 직접 필요한 재화나 서비스를 장만하도록 해서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앴고, 협동 노동으로 노동자의 자주성을 기르고 협동 사회를 실현하려 했다.
옮긴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경희대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석사 논문으로 <마르쿠제(Herbert Marcuse)의 모더니티 비판>을, 박사 논문으로 하버마스의 공론장 개념을 재구성한 <풀뿌리공론장에 관한 이론적 고찰>을 썼다. 현재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다.
비판이론과 풀뿌리민주주의, 아나키즘, 시민사회이론 등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2007년 문학평론가 이명원, 오창은과 함께 <지행네트워크>를 만들어 인문사회과학의 새로운 전망을 모색하고 있다. 저서로는 ≪희망의 사회 윤리 똘레랑스≫, ≪참여를 넘어서는 직접행동≫, ≪세계를 뒤흔든 상호부조론≫, ≪군대가 없으면 나라가 망할까≫가 있으며, 역서로는 ≪아나키스트의 초상≫(폴 애브리치), ≪리바이어던≫(토머스 홉스)이 있다. 그 외에 <공론장에서의 말과 행위에 관한 연구>, <정부의 주민투표제도 악용과 시민사회의 역할>, <한국의 지역사회와 새로운 변화 전략의 필요성>, <항일운동에서 ‘구성된’ 아나코 코뮨주의와 아나키즘 해석 경향에 대한 재고찰>, <한국 풀뿌리민주주의의 사상적 기원에 관한 고찰>, <풀뿌리민주주의, 엘리트민주주의에 도전하다>와 같은 논문들을 썼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제1에세이
제2에세이
제3에세이
제4에세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이런 계획들은 아이들이 어릴 적부터 모든 종류의 좋은 습관(당연히 이 습관은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거나 사람들을 속이는 습관을 몸에 익히지 않도록 막을 것이다)을 익히도록 고안되어야만 한다. 그 뒤에도 아이들은 합리적으로 교육을 받아야만 하고 그 노동력은 유용하게 지도되어야 한다. 그런 습관과 교육은 사람들이 능동적이고 정열적인 욕망을 품고 모든 개인의 행복을 늘리도록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종파나 정파, 국가나 풍토 때문에 배제되는 일이 조금도 없을 것이다. 이런 습관과 교육은 거의 아무런 예외도 없이 건강하고 활기차며 생기 있는 육체를 보증할 것이다. 왜냐하면 인간의 행복은 육체의 건강함과 마음의 평온함에 의지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8~29쪽
지금 공동체에 고용되어 일하는 사람은 아파서 일할 수 없거나 늙어서 퇴직했을 때 자신을 도울 기금을 낸다. 그렇지만 이 기금은 최소한의 생계에 필요한 것 이상을 제공하도록 마련되지는 않았다. 거의 50년 이상을 쉴 새 없이 일한 노동자가 인생의 말기에 가능하다면 편안하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는 것은 분명히 바람직하다.
-80쪽